나를 찾아가는 공간
오늘은 감정이 아주 격해졌던 날이었다. 나는 평소에 화나 짜증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손이 떨리거나 눈물이 날만큼 화가 나는 날은 손에 꼽는다. 오늘은 바로 그 날이었다. 동생과 이슈가 있었는데, 별거 아닌 일이었음에도 스스로 당황스러울만큼 화가 너무 많이 나서 어찌할줄 모를 지경이었다. 자리를 피하고 책상에 돌아와서 여러 감정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한 감정 외에도, 요즘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나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게도 나 스스로를 로봇처럼 살아야한다고 다그쳤던 것 같다. 사람이 화가 날 수도 있지, 암.) 욕을 하고 뭔가를 부수고 싶을만큼 격한 감정이 올라왔는데, 막상 내 화를 해체해보니 내가 원했던 건 상대방이 내가 얼마나 그것을 ..
아침부터 밖에 나가있던 날이었기 때문에, 해야할 일을 모두 마치고 나니 잘 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누운 자세에서 진행했다. 호흡을 하는 게 이렇게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니.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명상이 좋았다.
(2022. 4. 6. 명상)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기 때문에 자기 직전에 명상을 진행했다. 넷플릭스 헤드스페이스 영상을 보며 명상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명상이 꼭 정자세로 앉아서만 해야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편안한 자세에서, 누워서 진행할 수도 있다. 때문에 자려고 누운 상태에서, 덮은 이불은 잠시 치워두고 진행했다. 본격적인 소감에 앞서 잠시 소개하자면, 넷플릭스 자체 프로그램 중에는 ‘인터렉티브’라는 표시가 붙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팡 터지는 폭발 이미지가 라벨처럼 같이 붙어있는데, 보통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나 자체 애니메이션에 많이 붙는 것 같다. 이 ‘인터렉티브’ 영상들의 특별한 점은 내가 결말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영상 중간 중간에 떠오르는 선택지를 고르면 내용이 각각 다른 상..
오늘은 좀 바쁜 날이었다. 미루던 청소를 하던 날이었달까. 바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청소는 곧잘 내 몫이 된다. 그리고 어김없이 청소를 하다보면, 이렇게 어지럽혀 놓은 가족들에 대한 원망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건 여기에 왜 둔 거며, 이건 또 여기에 왜 있는건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운이 아주 좋았다. 오늘차 넷플릭스의 회차는 바로 ‘내려놓기’에 관한 것이어씨으니까. 줄거리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불쾌감과 좌절감, 그리움 등에 매여있는가? 집착으로 인한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라.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줄 수 있는 시각화 명상을 해본다. 푸른 하늘을 상상해 보자. 어제는 정오에 명상을 했지만 오늘은 저녁에 진행했다. 하루에 이불빨래, 청소, 운동, 샤워를 하고 강의 1개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일정을 ..
오전에 강의 두 개를 듣고 이번주 프로젝트 중 하나인 명상을 하기 위해 넷플릭스를 틀었다. 넷플릭스에서는 [헤드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명상이 필요할 떄’와 ‘숙면이 필요할 떄’의 명상 영상이 올라와 있다. (그리고 15분짜리 선택 영상도 있다) 나는 ‘명상이 필요할 때’를 골라 1화를 틀었다. 약 21분간의 이 영상은 앞의 짧은 소개 후 뒤에 10분 간은 명상을 위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오늘 명상은 ‘집중’에 관한 것이었다. (매화 다른 명상 기법을 소개한다) 명상을 하면 온갖 잡생각이 올라오는데 이건 명상 때문이 아니라, 평소에 내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냥 인지하고 흘려보낸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생각이 올라오는 것 자체나, 내 생각의 내용에 대해 거..
언제인가부터 나는 일상의 설렘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움직임이 제한된 지금, 내 주변엔 단기간의 휘발성 설렘들 뿐이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나는 설렘을 위해 계속 무언가를 사들였던 것 같다. 쇼핑은 가장 빠르고, 가장 쉽게 나를 기대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금세 꺼져버리는 거품 같았다. 우리나라 택배가 좀 빠른가. 짧게는 이틀 만에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 그 설렘은 사라져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8주간의 익명 편지는 나에게 마치 어린 시절에나 느끼곤 했던 설렘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오랜만에 들어갔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이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21년 11월, 또다시 한 해가 끝나가는 서운함에 푹 빠져있던 내게 이 펀딩 프로젝트는 새해를 기대하게..
어릴 때 좋아하는 책을 물으면 망설임 없이 내 대답은 ‘비밀의 화원’이었다. 이 책은 영국 출신의 미국 작가 프랜시스 버넷의 작품이다. 내가 읽은 것은 시공주니어에서 출판한,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존경하는 일러스트레이터 타샤 튜더가 삽화를 그렸다. 몇 년 만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어릴 땐 지루하게 느껴졌던 후반부가 사실은 아주 세밀한 표현들과 깊은 통찰력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아니었다. 작가가 최선을 다해 이 글을 집필했음이 느껴져서 감동했다. 어떻게 그 시대에 이런 것들을 알고 있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사람의 통찰력과 사고는 시대를 구별하지 않고 나타나는 법이다. 다음은 책에서 감명 깊었던 구절을 가져왔다. 이 세상에 살면서 겪는 이상한 일 가운..
오랜만에 그레이스 앤 프랭키를 봤다. 시즌 2 12화, 이번 화의 주제는 그레이스와 프랭키의 오랜 친구인 베이브의 파티에 대한 것이다. 세상을 여행하며 살던 베이브는 집에 온 후 돌아오면 늘 그랬듯 파티를 준비한다. 프랭키는 베이브의 파티를 돕다가 베이브의 암이 재발했고,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으며, 준비 중인 마지막 파티 후 안락사를 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다시 치료하고 싶지는 않다며, 베이브는 그의 마지막을 프랭키에게 부탁한다. 프랭키는 베이브의 선택을 지지하고 돕지만, 도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레이스는 혼란스러워진다.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치료제가 나올 수도 있고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못 해본 것들을 해야지 않겠냐고 하는 그레이스에게 베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