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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별빛색 2022. 2. 10. 08:44

어릴 때 좋아하는 책을 물으면 망설임 없이 내 대답은 ‘비밀의 화원’이었다. 이 책은 영국 출신의 미국 작가 프랜시스 버넷의 작품이다. 내가 읽은 것은 시공주니어에서 출판한,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존경하는 일러스트레이터 타샤 튜더가 삽화를 그렸다.

몇 년 만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어릴 땐 지루하게 느껴졌던 후반부가 사실은 아주 세밀한 표현들과 깊은 통찰력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아니었다. 작가가 최선을 다해 이 글을 집필했음이 느껴져서 감동했다. 어떻게 그 시대에 이런 것들을 알고 있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사람의 통찰력과 사고는 시대를 구별하지 않고 나타나는 법이다.
다음은 책에서 감명 깊었던 구절을 가져왔다.

이 세상에 살면서 겪는 이상한 일 가운데에 한 가지는 아주 이따금씩 자기가 영원히, 영원히 살 거라고 믿게 되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온화하면서도 장엄한 새벽녙에 잠에서 깨면, 밖으로 나가 홀로 서서 고개를 한껏 젖히고 높디높은 하늘을 올라다보라. 뿌연 하늘빛이 천천히 볼그레해지면서 미처 알지 못한 경이로운 일들이 펼쳐지다가 마침내 동녘이 밝아오면, 자기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해가 떠오른다는, 새벽만 년 동안 아침마다 되풀이되어 온 일에서 영원히 변치 않는 야릇한 장엄함을 느끼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과 함께 사람들은 자기가 영원히 살 거라고 믿게 된다. 아주 잠깐이라도 그런 믿음은 지속되게 마련이다. 가끔은 해질 무렵에 숲에 홀로 서 있으면 그런 믿음이 찾아온다. 나뭇가지 틈새로 비껴 드는 황금빝 고요함이 아무리 애를 써도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뭔가를 쉬지 않고 나직하게 들려 주는 떄에. 때로는 별 수백만 개가 가만히 내려다보는 검푸른 밤하늘의 장엄한 고요 속에서도 영원히 살 것이라는 믿음을 얻게 된다. 어떤 때에는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그런 믿음을 준다. 어떤 때에는 누군가의 눈빛에서도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콜린이 높은 담으로 에둘러져 있는 뜰 안에서 처음으로 봄을 보고, 듣고, 느꼈을 때에도 꼭 그랬다. 그날 오후에는 세상 전부가 온 힘을 다해 한 아이를 위해서 완벽하고, 눈부시게 아름답고,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어쩌면 봄은 지극히 순수하고 선한 마음에서 자기가 불러 낼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곳에 불러 모았는지도 모른다. 디콘은 몇 번이나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었다. 디콘의 눈은 경이에 차서 반짝거렸다. 디콘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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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콜린은 어른스럽게 말했다.
“물론 세상에는 많은 마법이 있을 테지만 사람들은 그게 어떤 건지, 어떻게 일어나게 할 수 있는지 몰라. 마법을 처음 시작하는 방법은, 어쩌면 말야, 멋진 일이 일어날 거라고 그냥 얘기ㅣ하는 걸지도 몰라. 마침내 그 일이 일어나게 될 때까지 말이야. 난 한번 실험해 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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