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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공간
저녁에 할머니랑 같이 장을 보러갔다. 아무 준비 없이 반팔 반바지 입고 있던 차림 그대로 슬리퍼에 그냥 모자만 쓰고 나갔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항상 나갈 때마다 사람들 시선이 신경쓰여서 어떻게든 나아보이려고(조금이라도 예뻐보이려고) 뭐라도 꾸미고 나갔었는데.. 장 보러 갈 때 이렇게 편한 복장으로 나간 건 처음인 것 같다. 며칠 전부터 손목이 욱신거려서 아대를 하고 있다. 장 본 것도 짐이 많이했는데 오른쪽 손목이 아픈거라 왼쪽 어깨로 들고 왼손으로 다 들고 갔다. 무거웠다..ㅠ 아빠가 킨텍스에서 전시를 마치고 집에 왔다. 할머니가 저녁 같이 먹으려고 하시다가 오는 중이었던 아빠 쉬라고 저녁 안 드시고 바로 댁으로 가셨는데 조금 속상했다. 그래도 같이 먹고 싶었는데.. 저녁은 다들 다른 메뉴로 먹었다. ..
지금 행복하다. 19년동안 살아오면서 오늘만큼 살아있다는 걸 느낀 날은 오늘뿐인 것 같다. 나는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시체가 아니라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 사람 생명체다. 지금,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
20살인데 여전히 아무것도 안 하고 살고 있다. 공부를 하던가, 일을 하던가. 이게 세상의 기준이겠지. 일해서 그 돈으로 네가 널 책임져라, 또는 공부로 미래의 너에게 투자해라. 어쨌건 모든 것의 끝은 좋은 일자리를 갖고 돈을 버는 것이다. 그래서 그 돈으로 내 몸뚱아리 하나를 책임지는 것이다. 나는 아직 어리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젠 너무 늦어버린 것 같다. 차라리 작년에 뭐라도 많이 할걸. 하다못해 영화관 투어를 다닌다던가, 뭔가를 시작하던가. 이제 법적 성인이 4개월가량 남은 상태에서 나는 이미 늦어버린 것 같다. 나는 이런 조바심이 참 싫다. 사람은 그 나름대로 길을 찾아가고 그 자신을 찾아가고 인생을 찾아가야 하는데 사회는 그걸 두고 보지 않는다. 너는 멈춰있으면 안 돼. 너는 뭐라도 해..
(새벽) 나는 매일 희망을 안고 살아가고 싶다. 매일 새소리를 듣고 설사 근거 없는 희망일지라도 항상 무언가에 벅차오르는 날을 살아가고 싶다.
더 이상 우승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나 편한대로, 그저 내가 한 약속만 지키자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훨씬 편하다. 참 웃기다. 마음 먹는대로 삶은 스트레스 덩어리가 되고, 보람찬 햇빛으로 가득해지기도 한다. 다시 힘을 내야겠다. 올해는 운동화를 신고 걸을 때다.
음악 플레이어에서 노래를 듣다가 유명한 유튜버이자 수많은 sns 팔로워를 가진 댄서인 Loren Gray가 지난 8월 가수로 데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밑은 지난 21일 발매된 신곡. 좋아서 오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 해외 유명 인사들의 sns를 둘러보면서 나는 종종 현타와 박탈감과 외로움, 질투, 부러움을 느낀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완벽하고 완벽한 삶을 사는거지? 더군다나 로렌은 2002년생으로 올해 만16세다. 그런데 거의 177cm에 가까운 키에 타고난 미모로 인스타 팔로워는 15백만에 이른다. 예전에 로렌의 sns에 들어갔다가 나는 심각한 박탈감과 우울로 그 날 밤을 앓아야했다. 지금은 별로 타격받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지만 사람이라는 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생물체인가보다. 어..
어젯밤부터 새벽까지 핸드폰 하면서 밤을 새다가 그라폴리오에서 청소년 콜라보레이션하는 걸 우연히 발견했다. 경험삼아 그림을 올려보려고 한다. 나름 신년 프로젝트인가. 설레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그랬다. 아이디어도 마구 떠올라서 오늘 하루는 마치 선물 받은 기분으로 들떠서 보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정보가 별로 없다. 해마다 두 번 열리는 것 같은데 유명하진 않은가 보다. 내가 출품하게 되면 네이버 블로그에 과정을 하나하나 올릴 생각이다. 그래야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정보를 얻지. 여기에 올리면 내 사생활이 드러나니까 네이버 계정을 하나 더 만들었다. 앞으로가 설렌다. 운동도 다시 시작할거고 영어랑 수학도 시작하려고 한다. 그라폴리오에 그림을 올리게 되면 매주 연재가 되니 자연스럽게 주 1회 이상 그림도 그리게 ..
어렸을 때는 늘 선물을 받으려고 이브만큼은 일찍 잠들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내일은 그냥 휴일이구나, 싶고 이렇게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걸까? 나는 절대 철들어서 사소한 것들에 무심하고 무감각해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 시간이 지나고 반복되는 것들은 어쩔 수 없는 걸까. 나는 내 어릴 적 그 호기심을 다시 되찾고 싶다. 내가 이기적인걸까. 당연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를 쫓는건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몇 번을 봐도 지치지 않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눈 오는 날을 사랑하고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별일 없어도 어김없이 들뜨던 어린아이가 되고 싶다. 언젠가 나는 이런 생각을 또 할 테고 그 때는 돌아가고 싶은 시간 속에 오늘도 포함되겠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