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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공간
어릴 때 좋아하는 책을 물으면 망설임 없이 내 대답은 ‘비밀의 화원’이었다. 이 책은 영국 출신의 미국 작가 프랜시스 버넷의 작품이다. 내가 읽은 것은 시공주니어에서 출판한,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존경하는 일러스트레이터 타샤 튜더가 삽화를 그렸다. 몇 년 만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어릴 땐 지루하게 느껴졌던 후반부가 사실은 아주 세밀한 표현들과 깊은 통찰력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아니었다. 작가가 최선을 다해 이 글을 집필했음이 느껴져서 감동했다. 어떻게 그 시대에 이런 것들을 알고 있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사람의 통찰력과 사고는 시대를 구별하지 않고 나타나는 법이다. 다음은 책에서 감명 깊었던 구절을 가져왔다. 이 세상에 살면서 겪는 이상한 일 가운..
누군가 말했다. 다른 블로그와 달리 티스토리 블로그는 나 혼자 허공에 대고 말하는 느낌이라고. 그 말을 '허공에 울리는 고요한 외침'이라고 표현해봤는데 문득 이 표현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허공과 고요가 주는 고독함과 외로움, 기다림... 이 키워드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차에 나 혼자 또는 잠든 동생들과 나를 두고 내리신 적이 있다. 그 때의 고요함과 차 안에 나 혼자 있는 허공 같은 느낌, 부모님을 기다리는 것은 나에게 설렘이었다. 아직도 생각이 난다. 살짝 열린 창문으로 부드러운 바람이 들어오고 따뜻한 햇볕에 하늘을 파랗던 그 날. 언제인지, 뭘 하러 갔는지도 생각나지 않지만 창문으로 바라보던 그 풍경은 잊히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 혼자 있는 것은 나에게 두려움이 ..
7번째 미션은 내가 꺼냈던 주제가 선정되었다! 나도 아이디어를 내고 싶어서 일단 생각난 걸 적은 건데 선택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번 주제는 매일 나의 하루 또는 기분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단톡방에서 인증하는 미션이었는데 재밌고 유쾌한 그림을 올려서 아침에 보고 빵 터지기도 했다. 그럼 내 일주일간 그림 고고! 2020. 10. 19. 월요일 책상에 인쇄해서 붙여놓은 이미지를 보고 그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디스인챈트에서 나오는 루시라는 캐릭터이다. 루시는 찐악마인데 첨 등장부터 뻘하게 웃겨서 기억에 계속 남는다. 아무튼 'JUST DO IT'은 루시가 극중에서 하는 말인데, 주인공인 빈에게 나쁜 행동 하라고 부추길 때 하는 대사이긴 하지만(...) 나는 잡생각 그만하고 그냥 해라,라고 나..
아침에 보니까 생리를 시작했다. 아마 저녁 때쯤 되면 생리통이 시작될거다. (아니나다를까 시작하고 12시간 정도가 지나자 허리랑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자주 깼다. 새벽 5시에 깼다가 7시에 깼다가 또 자고 10시에 깼다가 1시에 일어났다. 일어나면서도 읭..???이랬다. 분명히 잠깐 잔다고 10시에 일어났다 비몽사몽한 채로 있었는데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들어서 1시에 일어난거다. 나 원 참. 그래서 오늘은 하루가 짧았다. 하루종일 게임하고 누워서 지냈다. 디씨를 아직도 하는 중인데 솔직히 이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캐릭터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다 보면서 하는지 궁금하다. 하도 번쩍거리고 빠르게 움직이고 뭐 콤보 숫자 나오고 타격 입은 숫자가 쏟아져 나오는데 너무 정신없어서 나는 내 캐릭터가 뭔 ..
어젯밤에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멤버가 나왔다. 뜬금없는 출연이라 꿈 속에서 나도 상당히 당황했다. 나는 종종 내가 좋아하는 유명인에 대한 꿈을 꾸곤 하는데 전체적인 내용은 비슷한 것 같다. 내 꿈은 콘서트나 그런 자리에서 유명인에 대한 내 애정을 드러내는 내용이 아니라 내 삶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유명인을 공인으로 보는 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대화하는 느낌이다. 저번에 외국 가수에 대한 꿈을 꿨을 때도 그 사람과 인간적인 대화를 한 기억이 있다. 공인으로서의 삶은 어떤지, 어떠한 방식으로 루머와 악플에 대해서 대처하고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들었다. 그래서 꿈에서 깨고 나서 참 신기하게도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기분이었다. 친해진 기분마저 들었다. 지금은 그 느..
오늘부터 드디어 우리집에 담장 공사가 시작됐다. 전원주택에 산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우리집엔 담이 없었다. 금전 문제나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에 미뤄뒀던 탓이다. 그런데 엄마가 마음 잡고 딤을 치기로 마음 먹더니 그냥 순식간에 담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더니 오늘 시끄러워서 내다보니까 공사가 시작되었던.. 신난다!!! 드디어 우리집에도 담이 생기다니ㅠㅠ 항상 마당에 나가있을 때마다 남들이 다 쳐다볼 수 있게 뚫려 있어서 싫었는데.. 그리고 고양이 사고도 담이 있었다면 없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있었다. 지금 있는 고양이는 하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하루에 한두 번 얼굴 비추는게 다지만.. 좋아하던 에세이 작가님의 북보틀과 스티커를 샀는데 오늘 도착했다. 어제 저녁 발송 문자가 왔는데 오전에 도착한 걸..
저녁에 닭갈비를 했다. 정확히는 저녁이 아니라 점저였다. ㅋㅋㅋ 나는 요리하고 아빠는 옆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대화해서 지루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시장에 갔다가 바로 양념해서 파는 걸 사다주신 닭갈비였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양이 적어서 아쉬웠다. 밥이 모자라서 상추랑 같이 먹었다. 정말 매웠지만 진짜 맛있었다. 먹고 아빠는 또 설거지를 했다.
그라폴리오에서 삼성 S10 카메라 홀을 이용한 배경화면 공모전을 한다는 걸 알았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구상하는데 또 내 생각의 패턴이 그대로 드러났다. 나는 일단 처음에 아이디어가 마구 솟아오르는데 막상 그걸 실현시키는동안 자신감이 없어진다. 식상하다, 부족하다, 뭔가 별로다 싶은 생각에 중간에 포기한 적이 많다. 이번에도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번엔 계속 해보려고 한다. 아이패드로 할리퀸 그림을 그렸는데 생각보다 잘 그려져서 놀랐다. 사실 사회적 여성성과 성적대상화를 하지 않은 할리퀸을 그리려고 했는데 먼저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먼저인 것 같아서 머리나 자세 말고는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나온 할리퀸 복장을 그대로 그렸다. 그리면서도 답답했다. 왜 캐릭터가 이런 복장을 하고 있어야되..